
요즘처럼 물가가 오르고 금리는 불안정할 때면 ‘내가 가진 돈을 어디에 두는 게 안전할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과거에는 예금 통장에 넣어두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예금만 하기에는 금리가 아쉽고, 주식은 어렵고 변동성이 커서 불안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사이에서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두 자산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 상황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은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차이와 장단점, 그리고 나에게 맞는 자산 운용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실물자산은 말 그대로 형태가 있는 자산이다.
대표적으로는 부동산, 금, 미술품, 귀금속, 수집품 등이 있으며, 눈에 보이고 손에 쥘 수 있다는 안정감이 있다. 특히 물가가 오를 때 가치를 유지하거나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인플레이션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은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부동산은 실거주나 임대 수익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물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당장 자금이 필요해도 부동산은 빨리 팔 수 없고, 금도 시세보다 낮게 팔아야 할 때가 많다. 또한 관리와 보관의 부담이 있으며, 부동산의 경우 취득세, 재산세 등 세금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물자산 투자는 장기적인 시야가 필요하고, ‘가지고 있는 안정감’은 크지만 자산이 움직이는 속도는 느리다.
반면 금융자산은 주식, 채권, 예금, 펀드, ETF 등 디지털 혹은 종이 형태로 존재하는 자산이다.
가장 큰 장점은 유동성이다. 주식은 매도하면 다음 날 바로 현금화가 가능하고, 펀드나 ETF도 비교적 쉽게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한 금융자산은 정보에 따라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소액으로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접근성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 하나만으로도 누구나 금융자산 투자를 시작할 수 있고, 자동투자 서비스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면 복잡한 재테크 지식이 없어도 자산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자산의 가장 큰 단점은 변동성이다. 특히 주식은 하루에도 몇 %씩 움직일 수 있어 투자자의 감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경제 지표, 금리, 환율, 지정학적 이슈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꾸준히 시장 흐름을 관찰하고 공부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자산은 ‘자산을 움직이며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투자 성향일까?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중 어디에 비중을 둬야 할까? 그 기준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첫째, 목돈을 오랫동안 묶어둘 수 있다면 실물자산이 적합하다.
하지만 자금이 자주 필요하거나, 투자금을 언제든지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금융자산이 유리하다.
둘째,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가를 자문해보자.
금융자산은 심리적 압박이 크기 때문에 수익률보다 멘탈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셋째, 자산의 목적도 고려해야 한다.
자녀 교육비나 노후 준비 등 장기 목적이라면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적절히 섞는 혼합 전략이 필요하고, 단기 수익을 원한다면 금융자산 위주가 좋다.
넷째, 현재 시장 흐름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수익률이 오르고, 인플레이션 시기엔 금이나 원자재 관련 자산이 강세를 보인다.
다섯째, 투자를 위한 정보 수집과 관리에 적극적인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금융자산에 자신 있게 도전해볼 수 있지만, 아니라면 상대적으로 관리가 덜 필요한 실물자산에 무게를 두는 것이 좋다.
결국 자산을 구성하는 데 있어 정답은 없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은 각자의 속성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내 삶의 흐름, 투자 목적, 성향에 맞춰 유연하게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정 비중은 예금으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일부는 ETF나 펀드로 성장성을 기대하며, 필요하다면 금이나 달러 자산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도 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언제 어떤 자금이 필요해질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자산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나는 최근 금리를 의식해 예금 만기를 조금씩 분산하고, ETF를 통해 글로벌 자산에 간접 투자하고 있다. 골드바를 사두는 대신 금 ETF로 자산 일부를 분산하며 실물자산과 금융자산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중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의 수익률보다, 내 자산이 언제든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구조로 세팅되어 있느냐이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을 이해하고, 내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경제적인 자립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에는 ‘투자’라는 말 자체가 낯설었다. 경제 기사도 어렵고, 주식은 도박 같아 보였고, 부동산은 너무 큰돈이 드는 영역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가족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서 자산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에서 ‘지켜야 할 것’이 생기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실물자산은 처음엔 막연한 안정감이 있었다. 뭔가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고,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부동산은 진입장벽이 높고, 수익형 실물자산을 고르려니 지역, 세금, 관리 문제까지 따져야 할 게 많았다. 반면 금융자산은 처음엔 너무 불안정하게 느껴졌지만, 공부를 해보니 ‘정보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관리하기 쉬운 구조’라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엔 리스크가 크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오히려 실물보다 유연하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중요한 건, 자산이 어디에 있느냐보다 내가 그 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느냐다. 통장이 있든, 금을 쥐고 있든, 주식을 사든 간에, 그 자산을 이해하고, 지켜보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엔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무작정 남들이 좋다는 걸 따라하는 식의 ‘수동적인 재테크’가 많았다면, 지금은 내가 중심을 잡고 선택하는 ‘능동적인 재테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엄마가 된 지금은 더 그렇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재정 기반을 내가 다지고 있다는 자각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나의 자산이 어떤 구조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시간을 매달 1회 갖는다. 아주 간단하게라도 내가 가진 예금, 투자, 보험, 실물자산이 어떤 비중을 이루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두고, 그때그때 바꿔야 할 방향이 있는지 고민해본다. 투자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못해도, 그 흐름을 꾸준히 읽고 있다는 점이 나를 지켜주는 힘이 된다. 지금 당장 큰 수익을 내지 않아도, 이 과정 자체가 미래를 위한 ‘기초 체력’이라는 마음으로.